영화 리뷰｜싱 스트리트 "절대 적당히 해서는 안돼." *16.05.19

 

몇 달? 1년? 얼마나 된 지 잘 모르겠다.
왓챠에 '존 카니 (John Carney)'를 검색했을 때 이 영화 이름이 보이던 순간부터 나는 이 영화를 기대했다.

'원스', '비긴 어게인'에 이은 존 카니 감독의 세 번째 음악영화. <싱 스트리트 (Sing Street)>

저마다의 사연 있고 어느 정도 인생의 굴곡을 겪음직한 연령대를 떠나 이번 영화의 주인공은 '10대 학생들'이다.
그래서 가장 톡톡 튀고 가장 생동감 넘치며 가장 풋풋함이 느껴지던 영화라 말할 수 있다.

 

 

1985년 더블린. 국가 경제 위기로 실직자가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 아일랜드를 벗어나 다른 나라로 일을 하기 위해 떠나는 사람들.

코너의 집에도 위기는 찾아왔다. 가계 형편이 어려워지자 부모는 지출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코너를 더 저렴한 가톨릭 학교로 전학을 보낸다.

 

적응? 당연히 쉽지 않다. 첫날부터 깡패 같은 놈한테 걸려서 협박당하고 얻어 맞고 수사님은 왜 신발이 검은색이 아닌 갈색이냐며 검은색 신발을 살 때까지 벗고 다니란다. 형편 탓에 부모님의 다툼 소리는 날로 커져만 가니 될 대로 돼라 자포자기하던 그때. 코너의 눈에 아리따운 아가씨 라피나가 들어온다.

자신을 모델이라고 소개하는 그녀와 그런 그녀의 관심을 끌기 위해 코너는 "우리 밴드 뮤직비디오에 출연할래?"선제안 후 없는 밴드를 만들러 나선다.

 

 

 

<싱 스트리트 (Sing Street)> 밴드 창단 영상

 

이 날 것 냄새가 물씬 나지만 그래서 순수하고 진솔한 코너의 가사 한 문장과 사춘기 소년의 성장 과정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부르고,

초짜 음악가의 진짜 음악가로의 성장은 보는 내내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어리숙하거나 허세 가득 찼거나. 종잡을 수 없는 소년들의 움직임은 무모하지만 한편으론 통쾌하다. 그들이 지향하는 미래파 음악에 맞게 그들의 행보는 감히 상상할 수 없거나 낯 섬보단 어딘가 익숙함이 느껴진다.

 

영화는 전작과 달리 주인공의 나이를 낮추며 다양한 연령 폭을 적극 활용해 더 많은 관객들의 다다른 사정을 헤아려 주려 애쓰며 다양한 방식의 위로와 따듯한 마음을 여러 캐릭터들을 통해 건네고 있다. 그리고 메시지가 뚜렷해질수록 짙은 화장을 지우며 진심 어린 노래에 눈물을 흘리던 소녀 라피나는 마음으로 이해가 된다. 내가 코너가 되고 내가 브랜든이 된다.

 

이 영화는 극장에서도 2번쯤 보았고, 아직도 밤이면 틀어놓는 영화 중 하나인데 몰입해 볼 때마다 소매 끝이 축축해진다.

때론 객기 어린 젊음이 다 컸다고 생각하는 어른에게도 위로가 되어 와닿는 것 같다.

실제 존 카니 감독은 이 영화를 실제 자신의 어릴 때를 생각하며 각본을 썼다는데, 만국 청춘들은 다 비슷한 경험들로 한번씩 아파하고 눈물짓고 성장하나 보다. 대사 한 구절 한 구절이 진득하게 다가와 콧잔등을 시큰거리게 만든다. 분명 이 영화를 본다면 누구나 다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

 

 

영화를 봤다고 해서 그들처럼 당장에 행동할 용기는 생기지 않는다.

"내가 코너의 나이로 돌아간다면 할 수 있을까" 이런 어림없는 자문에 나는 섣불리 대답 조차 하지 못한다.
부러울 뿐이다. 그리고 고맙다. 이렇게 대리 만족이라도 할 수 있게 해줘서.

언젠가 땅으로 고갤 처박은 듯 꺾인 삶의 곡선이 축제의 불씨가 되어 화려한 불꽃이 될 수 있음을 느낀다.

마치 '내 편'이 생긴 것 같은 든든함은 덤이고. 큰 위로가 된 건 확실.

 

 

삽입곡 중 "Drive it like you stole it"을 개인적으로는 많이 추천하고 다녔는데, 사실 삽입곡 전곡이 다 좋다.

그중 이 곡을 꼽은 것은 영화 보기 전부터 좋다며 무한 반복을 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이젠 그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지며 더 좋아져서.

만약 테이프였다면 늘어지게 들었을 거고 LP 판이었다면 판 튀게 들었을 만큼 들었을 것이다.

명장면이라면 여러 장면이 떠오르는데, 가만히 엄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대화를 하던 아들 브랜든과 코너도 있고,

소녀 라피나, 믿어주는 에이먼과 밀어주는 브랜든. 그리고 축제. 이렇게 꼽고 싶다.

 

 

<싱 스트리트 (Sing Street)>에 출연한 배우들 중 성인 배우들과 여주인공 라피나를 제외한 다른 출연자들은 본 영화를 제외하고는 출연작이 전혀 없는 신인이다. 하지만 연기력에 대한 불안감은 영화를 보며 사라질 텐데, 아니 그전에 이 이야기를 몰랐다면 몰랐을 정도로 신인에 대한 걱정과 염려보다는 날 것의 자연스러움이 있어 배우를 캐릭터 그 자체로 동화해 보게 된다. 

 

실제 <싱 스트리트 (Sing Street)> 멤버들이 영화 밖 현실에서도 실제 음악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려나.

영화가 끝나고도 계속되는 그들의 음악이 관객인 내 입장에서는 영화의 여운을 더 짙게 만들어준다.

 

 

 

영화가 끝나고 방송은 물론 영국 이곳저곳에서 버스킹까지 했다. 영화가 좋았다면 그들의 뒷이야기처럼 다른 영화 밖 무대를 즐겨도 좋을 것 같다.

 

위로받고 싶고 갈팡질팡하는 청춘들을 위한
세상에 수많은 코너와 라피나, 그리고 브랜든에게 존 카니가 바치는 영화 <싱 스트리트 (Sing Street)>